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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키텍처의 부활: 에뮬레이터로 되살린 아이테니엄용 윈도우 XP

죽은 아키텍처의 부활: 에뮬레이터로 되살린 아이테니엄용 윈도우 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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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아이테니엄(Itanium)은 상용 컴퓨팅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실패 사례 중 하나다. 1세대 코드명 '머세드(Merced)'로 시작한 IA-64 아키텍처는 x86과의 호환성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명령어 체계로 서버 시장을 재편하려 했지만, 시장의 외면 속에 이미 오래전 단종됐다. 그런데 최근 이 죽은 플랫폼을 소프트웨어만으로 되살려 실제 운영체제를 구동하는 시도가 나왔다. 한 취미 개발자가 아이테니엄 머세드 에뮬레이션을 지원하는 QEMU 포크를 이용해 아이테니엄판 윈도우 XP와 윈도우 서버 2003을 부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작업의 출발점은 두 개의 커뮤니티 포크다. syunnPC가 AI의 도움을 받아 만든 아이테니엄 QEMU 포크를 다시 Malte Kuhlmann이 개선한 버전으로, 원저자는 언젠가 이들이 병합될 것으로 내다봤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극소수 마니아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된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필자는 예전 syunnPC 포크로는 단 한 번도 설치를 끝내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개선된 포크에서는 완주에 성공했다. 다만 재현성은 여전히 불안정해서, 그래픽 설치 단계에서 시스템이 멈추거나 하드 크래시가 나는 일이 잦았고 성공률이 5분의 1에 그친 적도 있었다.

펌웨어를 직접 컴파일해야 하는 이유

이 프로젝트의 실무적 핵심은 단순히 에뮬레이터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테니엄용 EFI 펌웨어를 직접 빌드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신 x86이나 ARM 리눅스처럼 아이테니엄은 UEFI/EFI 방식으로 부팅하는데, 이 펌웨어 이미지를 얻으려면 IA-64를 타깃으로 하는 크로스 컴파일러가 필요하다. 필자는 애플 실리콘 기반 맥 미니(M4) 위에서 macOS를 개발 환경으로 삼았다. macOS가 유닉스 계열이면서도 주류 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는 절충점이라는 판단에서다.

크로스 컴파일러 구성 과정은 결코 매끄럽지 않았다. binutils 2.46.0은 별도 손질 없이 그대로 빌드됐지만, GCC 쪽에서는 Homebrew로 의존성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zlib의 zutil.h가 fdopen을 중복 정의하는 바람에 빌드가 깨졌고, 해당 헤더의 140번째 줄을 주석 처리하는 임시방편으로 넘겨야 했다. 또한 리눅스용 구성 요소를 빌드하려다 pthread가 없다는 오류가 나왔고, libgcc.a는 수동으로 복사해야 했다. 이런 세부적인 우회는 오래된 툴체인을 현대 환경에서 되살릴 때 흔히 마주치는 마찰의 전형이다.

설치는 되지만 실사용은 별개

실제 설치에는 정확한 ISO 선택이 중요하다. 아이테니엄판 XP는 버전이 여러 갈래로 존재해 엉뚱한 이미지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필자는 빌드 5.1.2600(xpclient)을 MD5 체크섬(604ee3141ed6a34391a89a33c0019702)까지 명시해 사용했고, 같은 설정에서 ISO만 바꿔 윈도우 서버 2003 계열(5.2.3790)도 약 40분 만에 설치했다. 심지어 초기 서버 빌드 5.1.2462도 구동됐는데, 다만 라이선스 활성화 문제 탓에 2001년 8월 이전 날짜로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반면 이후 세대인 아이테니엄2용 바이너리는 1세대와의 호환성이 깨져 실행되지 않았다.

설치가 끝나도 사용성은 제한적이다. QEMU는 고해상도 모니터에서 스케일링이 매끄럽지 않아 창 크기 조절이나 최대화가 필요하고, macOS의 Cocoa 백엔드에서는 화살표 키가 과도하게 반복 입력되는 문제가 있어 타이핑이 고역이었다. 원저자는 아예 RDP를 설정해 원격 데스크톱으로 접속하면 입력 문제와 영상 스케일링 문제를 함께 우회할 수 있다고 권했다. 이는 에뮬레이션 자체는 성립했지만 아직 '실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무자에게 주는 함의

이 사례가 한국 IT 실무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레트로 호기심을 넘어선다. 첫째, 상용으로 완전히 소멸한 하드웨어라도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과 크로스 컴파일 툴체인만 확보되면 실행 환경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GCC 15가 여전히 IA-64 타깃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René Rebe 같은 소수 유지보수자의 노력에 기대고 있는데, 이는 곧 아키텍처의 생존이 조직이 아니라 개인의 헌신에 달려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사라진 플랫폼의 이식성은 언제든 끊길 수 있는 취약한 자산인 셈이다.

둘째, 바이너리 호환성의 가치다. 아이테니엄 1세대와 2세대 바이너리가 서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은, 하위 호환을 집요하게 지켜온 x86 계열이 왜 1987년의 80386이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물론 이 프로젝트 전반은 재현성이 낮고 오류 우회에 의존하는 실험적 단계이므로, 재현을 시도하는 이라면 여러 차례의 실패와 수동 개입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죽은 아키텍처가 순수 소프트웨어 위에서 다시 부팅되는 광경은, 컴퓨팅 역사의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기록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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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virtuallyfun.com/2026/08/03/windows-xp-2002-for-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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