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봉투를 묶는 작은 플라스틱 집게, 보통은 무심코 버린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사물을 '옥클루파니다(Occlupanida)'라는 가상의 생물 강(綱)으로 정의하고, 린네식 분류 체계로 속과 종까지 나눴다. 빵 봉투에 '기생'하는 생물이라는 설정 아래 모양·크기·이빨(홈) 개수에 따라 종을 명명하고, 전 세계에서 표본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한다. 겉보기엔 정교한 농담이지만, IT 종사자에게 주는 울림은 분명하다. 분류 체계, 명명 규칙, 고유 식별자 설계, 일관된 스키마—우리가 매일 씨름하는 도메인 모델링의 본질이 이 장난 속에 압축돼 있다. 아무리 사소한 대상이라도 끝까지 체계화하려는 집착이 어떻게 풍부한 온톨로지와 커뮤니티, 그리고 즐길 거리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잘 설계된 분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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