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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의 시대는 끝나는가: 인도 UPI 가맹점 수수료 실험

공짜의 시대는 끝나는가: 인도 UPI 가맹점 수수료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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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QR 코드를 찍고 몇 번 누르면 돈이 즉시 넘어가는 UPI(통합결제인터페이스) 결제는 이제 일상 그 자체다. 카드 단말기도, 현금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 이용자에게 보이는 수수료가 없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은행과 결제 기업이 가맹점에게 UPI 거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길을 열면서,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무료 디지털 결제' 실험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확한 요율과 적용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논의되는 방안 중 하나는 대형 사업자의 고액 거래에 대해 0.3~0.5%의 가맹점 할인율(MDR)을 매기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부담과 개인 간 송금은 계속 무료로 두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급 실시간 결제망이 걸려 있다

판돈은 크다. 2016년 출범한 UP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시간 결제망 중 하나로 성장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에만 236억 건, 약 29조8700억 루피(약 3135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오갔다. 직전 회계연도 거래 건수는 약 2416억 건으로, UPI 첫 정식 운영 연도의 거의 1만2000배에 달한다. 이용자는 5억5000만 명을 넘었고, 인도 밖 11개국에서도 일부 형태로 쓰인다. 대부분의 결제는 폰페이(PhonePe)와 구글 페이 같은 핀테크 앱을 통해 이뤄진다.

UPI가 남다른 이유는 규모만이 아니라 설계에 있다. 인도는 하나의 지배적 앱을 중심으로 폐쇄형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경쟁 기업들이 함께 올라탈 수 있는 공용 '디지털 배관'을 깔았다. 구글 페이와 폰페이는 고객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같은 망 위에서 서로 거래가 오가도록 허용한다. 이 시스템은 비영리 기구인 인도결제공사(NPCI)가 운영하고, 은행과 기술 기업이 소비자 접점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의 IT·핀테크 실무자 입장에서는 특정 사업자 종속 없이 상호운용성을 강제한 공공 인프라 모델이라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맹점 네트워크가 성장의 원인이었다

덜 화려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맹점일 수 있다. 채소 장수, 택시 기사, 동네 상점은 카드 단말기를 살 필요 없이 인쇄된 QR 코드 한 장으로 UPI를 받는다. MDR을 내지 않아도 됐기에 손님을 돌려보낼 재무적 이유가 없었다. 경제학자 아비나브 모테람과 샤론 부토의 최근 연구는 이 가맹점 네트워크가 UPI 성공의 '결과'만이 아니라 '동력'이었다고 본다. 가맹점 수용 기반이 탄탄한 지역일수록 UPI 채택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모테람은 "수수료가 대형 가맹점이나 고액 거래에 한정되면 광범위한 채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아직 수용망이 형성 중인 지역의 소규모·비공식 상인에게까지 미치면 UPI 확산을 이끈 가맹점 확대가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장의 제안은 그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짜여 있다. 논의되는 한 방안은 대형 가맹점에서 2000루피를 넘는 거래만 겨냥하고, 소상공인과 소액 결제는 건드리지 않는다. 증권사 제프리스에 따르면 이 기준을 넘는 거래는 가맹점 결제 건수의 약 4%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약 67%를 차지한다. 즉 동네 식료품점의 일상적 소액 결제는 사실상 그대로 두면서, 은행과 결제 기업에게는 최대 10억 달러로 추정되는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누군가는 비용을 내야 한다'

이 방안은 갈수록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를 건드린다. UPI는 무료처럼 느껴지지만 무비용은 아니다. 서버가 돌아가야 하고, 거래가 정산돼야 하며, 사기 탐지와 사이버 공격 방어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사실상 공공 인프라로 취급돼 온 이 서비스의 비용을 은행과 결제사에 보전해 왔다. 인도준비은행(RBI) 산자이 말호트라 총재는 최근 "누군가는 그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레누카 사네는 적절한 가격 구조가 인도 디지털 결제 인프라에 '상업적 합리성'을 되돌려, 시장이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핵심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수수료가 가맹점 사슬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제학은 까다로워진다. 모테람의 연구는 가맹점이 MDR에 얼마나 민감한지 정밀하게 추정하지는 않지만, 작은 수수료가 반드시 작은 효과만 낳는다고 가정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얇은 마진으로 버티는 소상공인의 유인을 바꾼다면 작은 수수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소매업체에 매기는 수수료와 영세 상인에게 매기는 수수료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브라질의 픽스(Pix)는 개인에게는 무료이면서 사업자에게는 저비용 수수료를 허용하는데도, 1억4000만 명 이상과 1400만 개 기업이 월 40억 건 넘게(건당 평균 약 88달러) 쓰는 세계 최고 성장세의 실시간 결제망이다.

한국 실무자가 주목할 진짜 위험은 '이탈'보다 '인식'과 '한계 가맹점'에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소매업체가 0.몇 퍼센트를 부담한다고 인도인이 갑자기 UPI를 버릴 만큼 네트워크 효과가 약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2024년 여론조사기관 로컬서클스 조사에서 UPI 이용자의 75%가 거래 수수료가 도입되면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고, 기꺼이 내겠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문제는 더 미묘하다. 수수료가 일부 가맹점의 UPI 수용 의욕을 꺾거나 가장 영세한 상인의 신규 진입을 막는다면, UPI를 성공시킨 '마찰 없는 결제'라는 성질 자체가 조금씩 훼손될 수 있다. 첫 단계가 망을 만드는 일, 둘째가 수억 명과 수백만 가맹점을 올리는 일이었다면, 지금 시작되는 세 번째 단계의 시험대는 시스템을 덜 유용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그 비용을 치를 방법을 찾는 것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bbc.com/news/articles/c8xnwqe00v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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