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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파티를 위해 집을 통째로 설계한 개발자, 그 선택이 남기는 것

랜파티를 위해 집을 통째로 설계한 개발자, 그 선택이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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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플레어 엔지니어 켄튼 바다(Kenton Varda)와 제이드 왕(Jade Wang) 부부가 텍사스 오스틴에 지은 집이 다시 화제다. 이 집은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집이면서, 동시에 22대의 게임 머신을 상시 설치해 둔 '랜파티 전용 주택'이다. 부부는 2019년 빈 부지를 매입해 직접 설계에 참여했고, 2021년 중반 착공해 2023년 말 완공했다. 리드 아키텍트는 켄튼의 아버지이자 리야드의 킹덤 센터, 피닉스의 악기박물관 등을 설계한 리처드 바다였다. 켄튼 본인은 게임 스테이션 가구, 회의용 테이블, 배선용 배관(conduit) 경로 등 집의 기술적 요소 대부분을 직접 설계했다.

랜파티는 여러 사람이 각자 컴퓨터를 들고 한 장소에 모여 근거리 통신망(LAN)으로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문화다. 인터넷이 느리던 1990년대 PC 게이머 사이에서 성행했지만, 2000년대 초 브로드밴드가 보급되면서 집을 나설 이유가 사라져 급격히 쇠퇴했다. 켄튼은 1996년 열네 살 생일에 486과 펜티엄 컴퓨터 네 대로 둠2를 밤새 돌린 것을 시작으로 100회가 넘는 랜파티를 열거나 참석했고, 중학교 친구들과는 거의 30년째 함께 이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랜파티의 핵심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내향적인 사람도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게 해 주는 '사교 이벤트'라는 점이다.

마찰을 없앤 상시 셋업이라는 발상

이 집의 진짜 설계 사상은 화려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진입 장벽 제거'에 있다. 과거 랜파티는 자동차에 컴퓨터와 모니터를 욱여넣어 옮기고, 카드 테이블을 펼치고, 전원 멀티탭과 허브를 데이지체인으로 연결하고, 서로 게임 버전을 맞추느라 파일을 복사하는 준비 과정이 필수였다. 켄튼은 이런 과정을 '타입 II 재미'—돌이켜보면 즐겁지만 그 순간엔 고생스러운 일—라고 부른다. 바로 그 마찰 때문에 아무리 열성적인 사람도 1년에 서너 번 이상은 하기 어려웠고, 게임을 좋아해도 아예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집에 컴퓨터를 미리 설치하고 셋업까지 끝내 두면 이 마찰이 사라진다. 사람이 충분히 모이는 즉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고, 한두 시간만 들를 수 있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훨씬 자주 열 수 있다. 켄튼은 한때 격주로 랜파티를 열기도 했다. 22대의 게임 머신은 공유 서버의 디스크 이미지에서 네트워크 부팅(netboot)되어 버전 불일치 문제를 원천 차단하며, 게임 스테이션이 모두 사용 중일 때만 노트북을 쓸 정도로 '자기 컴퓨터를 가져오는' 방식은 실제로 거의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사용자에게 준비 부담을 지우지 않고 환경을 미리 표준화해 두는 것이 참여율을 좌우한다는, 실무에 그대로 적용되는 교훈이다.

공간 설계와 트레이드오프

지하 게임룸은 게임 스테이션을 접어 넣고 소파를 밀어내면 DDR, VR 게임, 영화 감상, 워크숍이 가능한 빈 공간으로 전환된다. 지상 사무실 공간에는 변형되는 테이블이 여섯 대의 추가 게임 스테이션을 드러내고, 뒤쪽에는 두 대의 승강식 데스크가 업무용 워크스테이션으로 놓여 있다. 냉각을 위해 기계 뒤쪽에서 공기를 흡입하는 전용 에어컨 배관을 두었고, 네트워크 장비와 카메라는 전부 유니파이(UniFi) 제품으로 통일했다. 배선은 배관을 통해 정리되지만, 켄튼 스스로 '말도 안 되게 불안정한' 10G 이더넷 온보드 메인보드를 언급할 만큼 하드웨어 구성이 완전히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좌석 배치를 둘러싼 논쟁도 흥미롭다. 지하 스테이션은 서로 등을 지고 앉는 구조인데, 이를 두고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켄튼의 반론은 실용적이다.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하면 모니터에 가려 상대가 보이지 않아 대화하려면 일어서야 하고, 공간도 훨씬 많이 잡아먹어 방을 다목적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라운드 사이 쉬는 시간에는 의자를 돌리기만 하면 되니 오히려 낫다는 설명이다. 게임 선택에서도 참가자 다수가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니라는 현실을 반영해, 실력 편차가 승패를 지배하는 자유 경쟁형보다 협동 게임이나 팀을 세심하게 조정할 수 있는 팀 대전을 선호한다.

숫자와 맥락, 그리고 한계

비용도 공개됐다. 모니터와 주변기기를 포함한 22대의 게임 머신은 총 7만 5천 달러, 집 전체는 '7자리 숫자'라고만 밝혔다. 켄튼은 게임 스테이션을 둘러싼 목재 가구 비용이 그 안의 컴퓨터 비용과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1조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담은 대량 생산 GPU가 목공보다 저렴해진 역설을 재미있어했다. 이 프로젝트의 재원은 2005년 구글 입사 후의 주식, 팔로알토 집값 급등으로 얻은 100만 달러 이상의 차익, IPO 전 합류한 클라우드플레어 주식, 제이드가 초기 투자한 매터포트 등에서 나왔다고 스스로 설명한다.

다만 이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 자신도 이런 집을 지은 다른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할 만큼 극단적으로 특수한 조건—건축가 아버지, 실리콘밸리 자산 형성, 직접 설계 역량—이 겹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무자가 가져갈 만한 지점은 분명하다. 사람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대개 의지가 아니라 준비 과정의 마찰이며, 환경을 미리 표준화하고 즉시 시작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두는 것이 반복과 규모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사라진 문화를 되살린 것은 더 좋은 게임이 아니라, 시작하기까지의 장벽을 없앤 설계였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lanparty.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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