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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스트레스, 뇌세포 속 DNA에 '흉터'로 남는다

어린 시절 스트레스, 뇌세포 속 DNA에 '흉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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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겪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성인이 된 뒤 불안과 우울, 각종 기분 장애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관찰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그 연결 고리가 몸속에서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의과대학과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학술지 뉴런(Neuron) 8월 7일자에 발표한 생쥐 실험 논문에서, 어린 시기의 트라우마가 뇌세포가 DNA를 포장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아 오래 남는 '분자적 기억'을 형성한다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뇌의 여러 영역 가운데 복측피개영역(VTA)에 주목했다. 이곳의 신경세포들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들어 보상과 역경을 포함한 환경의 중요한 정보를 처리한다. 이 세포들이 스트레스 등에 반응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뇌가 보상을 처리하는 방식이 교란되고, 결과적으로 불안과 우울에 취약해진다. 연구진은 이 도파민 신경세포 내부의 후성유전체(epigenome), 즉 유전자를 켜고 끄도록 지시하는 분자 표지들을 정밀하게 들여다봤다.

슬링키처럼 감긴 DNA

논문의 책임저자인 프린스턴 신경과학연구소의 캐서린 옌센 페냐 교수는 세포 안의 DNA를 장난감 스프링 '슬링키'에 비유한다. DNA 가닥은 히스톤 단백질을 감싸며 코일처럼 감겨 있는데, 이 코일이 얼마나 촘촘하게 혹은 느슨하게 감기는지에 따라 유전자의 작동 여부가 달라진다. 슬링키가 압축돼 있으면 그 안의 유전자는 꺼지고, 스프링이 늘어나 열리면 유전자가 더 쉽게 켜진다.

연구의 핵심에는 SETD7이라는 효소가 있다.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겪은 어린 생쥐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이 효소가 평범한 환경에서 자란 생쥐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SETD7은 유전자 슬링키에 H3K4me1이라는 화학 표지를 붙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 표지는 구조가 풀려 열리도록 표시하는 신호가 되고, 그 결과 세포가 주변 환경의 모든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효소를 켜고 끄자 행동이 바뀌었다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두 방향의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스트레스를 겪지 않은 어린 생쥐에게 인위적으로 SETD7을 늘렸더니, 실제 스트레스 경험이 없었는데도 도파민 신경세포의 DNA 구조가 늘어나 열린 상태가 됐다. 이 생쥐들은 성체가 됐을 때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낮았고, 도파민 신경세포는 더 과민하게 반응했으며, 정상적인 SETD7 수치를 유지한 생쥐보다 더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반대 실험에서는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겪은 생쥐에게서 SETD7이 H3K4me1 표지를 지나치게 붙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자 슬링키가 닫힌 상태로 유지되면서 훗날 스트레스에 과민해지는 현상이 차단됐다. 이 생쥐들은 어린 시절과 성체 시기에 모두 스트레스를 겪었음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생쥐만큼 사회적이고 탐색적인 행동을 유지했고, 도파민 신경세포도 정상 수준으로 활동했다.

왜 실무적으로도 눈여겨볼 만한가

이 발견의 의미는 단순한 동물 행동 관찰을 넘어선다. 공동교신저자인 워싱턴대 의대 마취과 미건 크리드 교수는 이번 연구가 초기 역경 경험과 장기적인 정신질환 취약성을 잇는 새로운 생물학적 과정을 밝혀냈으며, 트라우마가 뇌세포 안에 남긴 '물리적 흉터'를 확인함으로써 치료법 개발의 구체적인 표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학대나 가정 내 폭력·약물 사용 같은 기능 장애, 그 밖의 트라우마 경험에 노출되며, 이런 경험이 네 가지 이상 쌓이면 성인기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통계는 이 표적의 잠재적 가치를 뒷받침한다.

다만 한계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SETD7 조절이 사람에게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개입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페냐 교수 스스로도 현재 초기 스트레스가 뇌에 남긴 영향을 되돌릴 치료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약물적 개입 못지않게 발달의 민감한 시기에 지지적 돌봄과 상담, 사회적 자원으로 아이를 보호하는 방식이 후성유전체를 지켜 슬링키가 열린 상태로 고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 명확한 분자 기전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와 개입 설계의 출발선이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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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medicine.washu.edu/news/how-early-life-stress-le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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