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코드를 쏟아내는 속도는 이미 사람이 그것을 읽고 소화하는 속도를 앞질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세부 사항에서 손을 떼고, 에이전트가 스스로 루프를 돌게 두면 되는 걸까. Notion에서 일하는 개발자 제프리 리트(Geoffrey Litt)는 2026년 7월 AI Engineer 콘퍼런스 발표에서 이 질문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에이전트가 만든 코드를 사람이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며, 오히려 그 이해가 협업의 새로운 병목이라는 것이다.
그의 논지에서 핵심은 '이해'의 목적을 다시 정의하는 데 있다. 흔히 우리는 코드를 검증하기 위해 이해한다고 여긴다. 명세와 일치하는지, 아키텍처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일종의 '합격/불합격' 판정이다. 그런데 에이전트는 자기 작업을 스스로 검증하는 능력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고, 이건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검증이 사람의 몫에서 점점 벗어날 때 인간에게 남는 역할이 무엇이냐다. 리트는 그 답을 '참여하기 위한 이해'에서 찾는다. 하나의 프로젝트는 결코 한 번의 루프가 아니라 에이전트와 함께 도는 수많은 루프이며, 다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은 지금 시스템을 얼마나 풍부하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개념의 어휘가 빈약하면 프로젝트를 앞으로 밀고 나갈 창의적 참여 자체가 제한된다.
이 지점에서 그는 마거릿 스토리와 사이먼 윌리슨이 대중화한 '인지 부채(cognitive debt)' 개념을 끌어온다. 기술 부채와 마찬가지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가면 단기적으로는 넘어가지지만 결국 언젠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어떻게 이해를 쌓을 것인가. 리트의 전략은 교육학에서 가장 잘 다듬어진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 작업에 이식하는 것이다.
좋은 설명과 속도 조절 장치
첫 번째는 '설명'이다. 에이전트가 작업을 끝낼 때마다 그것은 하나의 설명을 만들 기회다. 리트가 매일 쓴다는 /explain-diff 스킬은 코드 변경을 HTML, 마크다운, Notion 문서 형태의 구조화된 해설로 뽑아낸다. 좋은 설명에는 원칙이 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보기 전에 이미 있던 것, 이를테면 게임 엔진의 배경부터 가르친다. 코드에 앞서 목표와 직관을 먼저 세운다. 정원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변경이라면 등각 투영(isometric projection)이 무엇인지 개념부터 설명하는 식이다. 여기에 돌멩이를 끌어보며 좌표 변화를 확인하는 인터랙티브 도형을 얹으면 직관은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알파벳순으로 나열된 날것의 diff 대신, 변경을 이해 가능한 순서대로 산문처럼 풀어쓴 '리터럴 디프(literate diff)'를 제시한다. 리트는 여전히 원본 diff를 읽지만, 언제나 이 해설을 먼저 읽는다고 말한다.
다만 읽기는 그 자체로 고된 노동이다. 앤디 마투섹의 말처럼 '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읽었다고 착각하기는 너무 쉽다. 그래서 리트는 마투섹과 마이클 닐슨이 에세이에 간격 반복 퀴즈를 심었던 방식을 차용해, 해설 문서 끝에 변경 내용에 관한 다섯 개짜리 퀴즈를 붙인다. 규칙은 단순하다. 퀴즈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코드를 동료에게 보내지 않고, 남의 코드를 리뷰할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퀴즈는 일종의 속도 조절 장치다. AI와 함께 일하면 루프가 인간의 이해 속도보다 빨라지기 쉬운데, '내가 정말 이해했는가'를 기계적으로 되묻게 만드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살아보며 익히는 마이크로월드
두 번째 기법인 '마이크로월드'는 시모어 페퍼트에게서 왔다. 수학을 배우려면 수학의 나라에 살고 프랑스어를 배우려면 프랑스에 가서 살라는 발상이다. 리트는 이를 코드에 적용한다. Prolog 인터프리터를 만들며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관하기 어려웠을 때, 그는 에이전트와 함께 실행을 단계별로 훑고 스택과 규칙 적용을 시간순으로 되감아 보는 디버거를 직접 만들었다. 여기서 그는 에이전트가 대신 디버깅하는 것과 내가 도구를 써서 직접 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직접 해보는 과정이 곧 이해가 쌓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개인 웹사이트를 다른 프레임워크로 이전할 때도 그는 스크립트를 그냥 받는 대신, 버튼을 눌러 단계마다 포팅을 실행하고 옛 사이트와 새 사이트를 나란히 지켜보는 '지휘 본부'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핵심은 에이전트가 다른 코드를 이해하도록 돕는 코드를 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공유 공간'이다. 지금까지는 혼자 이해하는 이야기였지만, 팀으로 일하면 함께 이해해야 한다. 같은 멘탈 모델을 공유할 때 사람들은 같은 어휘로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리트는 Notion에서 Claude와 Cursor 에이전트를 돌리고, 에이전트가 세운 기술 계획이 기본적으로 협업 페이지에 놓여 팀이 즉시 코멘트하고 논의할 수 있게 하는 흐름을 예로 든다. 각자 사일로에서 일하는 대신 팀 전체가 공유된 이해를 키운다는 것이다. 다만 그가 Notion 소속이라 이 부분에 편향이 있음은 스스로 밝혀둔 대목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코드를 넘어선다. 리트는 50년 전 앨런 케이가 컴퓨터를 책보다 나은 교육 매체로 상상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목표는 언제나 자동화가 아니라 증강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실무자 입장에서 이 발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에이전트가 검증까지 떠맡는 시대에도 사람이 시스템을 이해하는 일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으며, 다만 그 이해를 얻는 방법이 라인별 diff 읽기에서 설명 문서, 퀴즈, 마이크로월드, 공유 공간으로 넓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 기법들 상당수가 Notion 생태계와 저자 개인의 워크플로에 기대고 있어 조직마다 그대로 옮기기 어려울 수 있고, 해설과 퀴즈를 만드는 부가 비용이 정말 이해로 환원되는지는 팀이 직접 검증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루프에서 빠지는 대신 더 깊이 들어간다'는 방향은 도구 선택과 무관하게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