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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대신 우주인을 가리자: 방사선 차폐 조끼 아스트로라드의 달 왕복 실험

우주선 대신 우주인을 가리자: 방사선 차폐 조끼 아스트로라드의 달 왕복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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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방사선은 유인 심우주 탐사의 가장 다루기 어려운 장벽 중 하나다. 태양 표면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면 강한 양성자 다발이 쏟아지는데, 아폴로 16호와 17호 임무 사이인 1972년 8월에 발생한 태양 폭풍이 대표적이다. 만약 그 시점에 승무원이 우주에 있었다면 암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지거나 급성 방사선 병에 걸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구에서는 대기와 자기장이 이런 방사선을 흡수해 주지만, 달이나 화성으로 향하는 승무원에게는 그 보호막이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우주선도 이 방사선을 완전히 막을 만큼의 차폐를 갖추지 못했다.

이스라엘·미국계 스타트업 스템라드(StemRad)의 조던 후리와 오렌 밀스타인이 이끄는 연구팀은 발상을 뒤집었다. 우주선 전체를 두껍게 감싸는 대신 우주인의 몸을 직접 가리자는 것이다. 이들은 '아스트로라드(AstroRad)'라는 착용형 방사선 차폐 조끼를 NASA의 무인 아르테미스 1호에 실어 달까지 왕복시킨 뒤, 비행 중 수집한 데이터를 실제 태양 폭풍 상황에 대입해 성능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이 조끼는 승무원이 폭풍을 피해 숨도록 설계된 오리온 우주선의 중차폐 대피 공간과 대략 비슷한 수준의 보호 효과를 보였다. 관련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몸 전체가 아니라 골수를 지킨다

차폐에서 언제나 발목을 잡는 것은 질량이다. 밀스타인은 "질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관건이었고, 1그램 하나까지 병목이 된다"고 말한다. 알루미늄 선체, 물을 채운 벽, 하전 입자를 튕겨내는 초전도 자석까지 수십 년간 검토됐지만 모두 같은 문제에 부딪혔다. 착용형 차폐복이라는 아이디어가 오랫동안 우스꽝스럽게 여겨진 이유도 여기 있다. 사람들은 의미 있는 보호를 위해서라면 납으로 된 중세 갑옷 같은 것을 온몸에 둘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무게 때문에 움직이기조차 힘들어진다.

스템라드의 출발점은 인체가 방사선에 균일하게 취약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밀스타인은 "골수 같은 조직은 뇌에 비해 방사선에 훨씬 민감하다"고 설명한다. 골수는 혈액 세포를 만드는 조직이고, 그 절반가량이 골반 주변에 몰려 있다. 골수의 일부라도 지켜내면 몸이 이를 다시 만들어내 고선량 피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논리로 스템라드는 원전 사고 대응 요원용 허리 벨트를 먼저 개발했고, 록히드마틴과 함께 이를 여성용 조끼로 확장해 골반뿐 아니라 가슴, 위, 대장, 생식기까지 덮었다. 이들은 즉각적 생명 위협보다는 장기적 암 위험이 큰 부위다. 밀스타인은 "모두가 머리는 어떻게 하냐고 묻지만, 머리와 팔, 다리를 보호하지 않고도 유효 선량을 60%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물처럼 움직이는 플라스틱 조끼

소재 선택도 핵심이었다. 후리는 "차폐 효과를 좌우하는 1차 요인은 원자번호를 원자량으로 나눈 값"이라고 설명한다. 중성자가 없는 수소는 이 비율이 다른 어떤 원소보다 약 두 배 높아, 물이 우주 방사선 차폐재로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흔한 플라스틱이지만 질량 대비 수소를 물보다 더 많이 품고 있으며, 고체라 누출 걱정도 없다. 다만 딱딱한 HDPE를 충분히 두껍게 만들면 착용감이 나빠진다. 연구팀은 이 판을 수천 개의 육각형 막대로 잘게 쪼갠 뒤 신축성 있는 천 두 겹 사이에 끼워, 조끼가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면서도 고체를 유지하도록 했다. 막대 길이는 9~60밀리미터로, 하전 입자가 물질을 지나며 에너지를 잃는 과정을 기술하는 베테-블로흐 공식으로 산출했다.

실제 검증을 위해 아스트로라드는 방사선치료용 인체 모형에서 개조한 두 개의 상반신 팬텀 헬가와 조하르에 입혀져 비행했다. 인체 조직과 거의 동일하게 방사선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두 팬텀에는 수천 개의 선량계가 심어졌고, 조하르만 조끼를 착용했다. 그런데 비행 중 태양 폭풍은 없었고, 검출된 방사선 대부분은 고에너지 양성자가 갇혀 있는 지구 내부 밴앨런대를 통과할 때 나온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 밴앨런대의 양성자 에너지가 전형적 폭풍과 대체로 겹친다는 점을 이용해 이를 대리 데이터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각 선량계에서 실측값과 5% 이내로 일치했다.

얼마나 지켜주고, 무엇은 못 막나

이 신뢰를 확보한 뒤 연구팀은 밴앨런대 스펙트럼을 1972년과 1989년 두 역사적 태양 폭풍의 스펙트럼으로 바꾸고, 팬텀이 실제 우주인처럼 앉아 있지 않고 자유롭게 회전하도록 설정했다. 조끼는 1972년형 폭풍에서는 유효 선량을 약 60% 줄였지만, 스펙트럼이 더 단단하고 고에너지로 치우친 1989년형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40% 정도만 줄였다. 태양 폭풍 입자는 보통 저에너지 양성자가 대부분이고 고에너지 입자는 지수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합리적인 양의 물질로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조끼의 논리다. 임무 계획으로 환산하면, 대형 폭풍 한 번을 조끼를 입고 넘길 경우 NASA의 생애 누적 한도인 600밀리시버트 기준으로 우주인의 활동 가능 기간이 약 40~193일 늘어난다.

실무적으로 주목할 점은 이 성능이 오리온의 폭풍 대피소와 비슷하면서도 결정적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다. 대피소는 승무원을 좁은 공간에 가둬 임무 수행을 멈추게 하지만, 조끼를 입으면 선실 안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후리는 이를 대피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보호 수단으로 본다. 반면 한계도 분명하다. 조끼는 훨씬 높은 에너지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은하우주선(GCR)에는 거의 무력하다. 후리는 "이 방사선에는 조끼를 상시 착용해야 하므로 쓰기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남은 과제는 검증의 깊이와 무게다. 현재 우리가 아는 성능은 실제 폭풍 데이터가 아니라 컴퓨터 모델에 크게 기대고 있으며, 모델에는 오리온 선체를 두 물질로 단순화한 가정이나 실측이 아닌 통계 예측으로 만든 밴앨런대 스펙트럼 같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진짜 데이터를 얻으려면 조끼를 오리온에 실어 심우주로 보낸 뒤 태양 폭풍이 실제로 일어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낮다. 아르테미스 1호 당시 조끼 무게는 26킬로그램으로 중세 판금 갑옷 한 벌에 맞먹었다. 더 큰 보호를 위해 질량을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팀은 방향을 반대로 잡아, 성능을 크게 잃지 않으면서 무게를 16킬로그램까지 줄였다. 목표는 폭풍 절정뿐 아니라 그 전후 며칠 동안 우주인이 계속 입고 있을 수 있는 더 가벼운 조끼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arstechnica.com/science/2026/08/weve-flown-a-radi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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