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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왜 가장 짧게 자면서도 살아남았나 — 진화인류학이 본 '수면의 역설'

인류는 왜 가장 짧게 자면서도 살아남았나 — 진화인류학이 본 '수면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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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다 잠드는 사람들. 탄자니아 북부의 하드자족을 관찰한 진화인류학자 데이비드 샘슨은 이들의 수면이 짧고 잘게 끊기며, 침대에 누운 시간 대비 실제 잔 시간을 뜻하는 '수면 효율'도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도 하드자족은 하나같이 자신의 잠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 관찰은 수렵채집인의 잠이 길고 깊을 것이라는 이른바 '팔레오 수면 가설'을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끊김 없는 연속 수면이 좋은 잠의 필수 조건이라는 현대 의학의 통념과도 어긋났다. 샘슨은 저서 '잠 못 이루는 유인원(The Sleepless Ape)'에서 이 관찰을 출발점 삼아 인간 수면의 진화를 파고든다.

가장 짧게 자는 영장류

샘슨이 '수면의 역설'이라 부르는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잠은 인간 기능에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인간은 어떤 유인원보다도 총 수면 시간이 짧으면서도 영장류 가운데 가장 성공한 종이다. 뇌 크기, 몸 크기, 사회 구조, 계통적 근연도를 모두 통제한 뒤에도 인간은 기록상 가장 짧게 자는 영장류이자, 그 짧은 수면 안에 렘(REM) 수면을 가장 많이 압축해 넣는 예외적 존재로 나타났다. 17시간을 자는 올빼미원숭이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잠이 두세 시간만 부족해도 인지력, 계획 능력, 사회적 조절력이 무너지고 질병과 부상에 대한 저항력까지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이토록 짧게 자게 되었나.

샘슨은 약 180만 년 전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땅 위에서 밀집 대형으로 잠자게 된 전환을 'SHELL'이라는 약어로 설명한다. 아카시아 같은 재료로 만든 미시 서식지(Shelter), 불의 사용이 준 열 완충(Heat), 계절마다 이동하며 잠자리 환경을 개선해온 준비(Environmental preparation), 자연광 노출을 통한 생체리듬 동기화(Lux), 그리고 집단 생활이 제공한 감시자(Lookouts)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수면 생태'는 유전적 본능이 환경을 바꾸고 그 환경이 다시 종의 행동과 진화를 되먹임하는 구조, 곧 비버의 댐에 비유되는 순환 고리였다.

렘수면이라는 밤의 치료사

짧지만 렘이 풍부한 수면은 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샘슨은 매슈 워커의 2009년 논문을 인용하며 렘수면이 '밤의 치료사' 역할을 한다고 본다. 렘수면 동안 기억에서 정서적 부하가 벗겨져, 나중에 그 기억을 떠올릴 때 원래의 감정을 다시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통념의 과학적 근거이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가 수면의 질 자체를 겨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라우마가 수면을 교란하면 이 정서적 방출이 막히고, 수면을 회복시키면 밤마다 일어나는 수동적 치료가 재개된다.

그렇다면 불면은 왜 흔한가. 샘슨은 자신이 임상의가 아님을 전제하면서도, 우리가 잠을 지나치게 문제화한다고 본다. 밤의 과각성(hypervigilance)은 조상에게 적응적이었으며, 불면을 '고장'이 아니라 정상적인 심리적 적응의 발현으로 재해석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이 오전 9시의 이사회 발표와 수풀 속 호랑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똑같이 과열된다는 데 있다. 여기에 실내 생활, 좌식 습관, 온도 변화의 차단, 그리고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청색광 같은 진화적 부조화가 겹친다.

'수면 대유행'이라는 통념을 뒤집다

실무자에게 흥미로운 대목은 소규모 사회와 대규모 사회의 비교다. 샘슨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규모 사회 사람들이 오히려 더 오래, 더 좋은 질로 잤다. 수면 효율은 북반구 선진국에서 평균 88%인 반면 오프그리드 소규모 사회에서는 74%였다. 수면과학자들이 하룻밤 10~15분 개선에도 고무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범주가 다른 격차다. 지난 15년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그려온 '현대인=사상 최악의 수면 세대'라는 서사, 곧 수면 대유행 가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소규모 사회 사람들은 오전 8시 출근 같은 하향식 압박이 없어 24시간 내내 필요할 때 보충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북반구 인구보다 훨씬 진폭이 큰 생체리듬을 보였는데, 잠이 더 잘게 끊겨도 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파편화된 짧은 잠이 무해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화를 가로질러 인간 수면 평균은 7시간 바로 아래에 모이는데, 이는 건강한 수면의 견고한 신호로 읽힌다. 다만 한두 시간 모자라거나 넘쳐도 나빠지며, 과다 수면은 우울 같은 동반 질환의 지표가 되고 8.5시간 이상을 지속적으로 자면 사망률 증가와 연관된다. 핵심은 수면 시간만 떼어 보면 전체 그림을 놓친다는 것이다. 같은 6시간 반이라도 생체리듬 기능이 강한지 약한지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르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분리돼 있던 수면 연구와 시간생물학이 이제 나란히 다뤄지는 배경이다.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

실천적 결론은 의외로 온건하다. 샘슨은 서구인의 하루 7.1시간 수면이 이미 '적정 구간'에 있다고 평가한다. 18도의 온도 조절 환경과 푹신한 침대 위에서 자는 우리와 달리 하드자족은 1센티미터 두께의 천이나 가죽 위에서, 절반은 베개도 없이 자지만 98%가 잠에 만족한다고 답한다. 그가 권하는 것은 덤불로 돌아가는 '팔레오 수면'이 아니라, 지금의 이점을 지키되 생체리듬 기능에 훨씬 예민해지는 것이다. 몸이 진화적으로 기대하도록 설계된 환경 신호를 되돌려주는 일이며, 구체적으로는 깨어 있는 시간의 최소 15%를 바깥에서 보내는 것을 제안한다. 북반구 대다수는 이 문턱에 한참 못 미친다. 9시 회의도, 9-to-5 근무도, 에어컨도 사라지지 않을 현실에서, 잠 자체를 늘리려 애쓰기보다 빛과 온도의 자연 신호를 하루 리듬에 다시 끼워 넣는 접근이 더 현실적인 지렛대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논의가 실무자에게 남기는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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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nautil.us/where-human-sleep-went-wrong-128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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