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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된 실리콘의 대가: 애슬론 XP는 왜 그토록 잘 깨졌나

오래된 CPU를 다루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겪게 된다. OS/2 Museum 운영자는 애슬론 MP와 XP 계열의 문서화가 부실한 CPUID 비트를 조사하느라 여러 프로세서를 교체하던 중, 한 애슬론 XP에서 히트싱크를 떼어내다가 실리콘 다이의 상당 부분이 히트싱크에 붙은 채 통째로 뜯겨 나가는 일을 겪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큰 조각이 떨어져 나가기 전까지 CPU가 멀쩡히 동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히트싱크를 떼는 데 특별히 무리한 힘을 준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파손된 조각의 형태를 근거로, 실리콘 내부에 비교적 길고 곧게 뻗은 미세 균열이 이미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균열은 평소 동작에는 눈에 띄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히트싱크를 분리하며 힘이 가해지자 그 선을 따라 큰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인 자국의 한쪽 면은 매우 곧게 뻗어 있는 반면 반대쪽은 전형적인 파단 흔적을 보인다. 댓글에서는 반복적인 가열·냉각 과정에서 쌓인 열응력이 파손의 대부분을 이미 유발했을 가능성이 지적됐고, 다이 사진에서 균열의 곧은 면과 거의 일치하는 위치에 눈에 띄는 구조선이 존재한다는 관찰도 더해졌다.

플립칩 패키징이라는 짧은 실험

이 사고는 2000년 전후 CPU 패키징의 과도기적 선택과 맞닿아 있다. 당시 인텔과 AMD는 모두 냉각 성능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실리콘 다이가 겉으로 드러나는 플립칩 PGA 방식을 채택했다. 프로세서의 TDP가 순식간에 50W를 넘어 70~80W에 육박하면서 발열 처리는 두 회사 모두에게 골칫거리였고, 다이를 직접 노출시켜 냉각기와 맞닿게 하는 방식은 그 해법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구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인텔은 이를 일부 펜티엄 III 모델에만 적용한 뒤 P4 라인과 PIII-S 프로세서부터는 금속 뚜껑(리드)을 덮은 패키징으로 전환했다. AMD는 PGA 애슬론에는 플립칩을 계속 사용했지만 옵테론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노출된 실리콘은 조립 과정에서 히트싱크를 매우 조심스럽게 장착하지 않으면 불균일한 압력만으로도 금이 갈 만큼 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플립칩 CPU 중에는 모서리가 깨진 개체가 흔하며, 대개 동작에는 지장이 없었다.

리드와 LGA로 옮겨간 무게중심

뚜껑을 덮은 패키징은 냉각 성능을 충분히 유지하면서도 노출형 실리콘보다 훨씬 튼튼했고 기계적 손상에 대한 취약성도 크게 낮췄다. 특히 인텔이 이후 도입한 핀 없는 LGA 프로세서는 물리적 손상에 거의 강했는데, 다만 약점이 CPU에서 메인보드 소켓 쪽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소켓 478 P4를 소켓에서 뽑다가 히트싱크에 딸려 나오며 핀이 여러 개 휘었다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손상 지점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위치를 바꾼 것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의 경험담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인텔의 코퍼마인 코어는 다이가 더 얇으면서도 훨씬 내구성이 좋아 모서리가 깨진 상태에서도 동작할 가능성이 컸던 반면, AMD 쪽은 매우 잘 부서져서 애슬론·듀론 전용 보호 심(shim) 같은 물건까지 등장했다. 이미 가공을 마친 다이에는 이런 차이를 후처리로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인이 실리콘 잉곳 단계의 재료 특성에 있었으리라는 추정도 나온다.

오늘날 실무자에게 이 이야기가 주는 함의는 명확하다. 냉각 효율과 기계적 견고함은 흔히 상충하며, 설계는 그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노출형 실리콘은 열전달 측면에서 유리했지만 신뢰성이라는 비용을 치렀고, 업계는 결국 견고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낡은 하드웨어를 다룰 때의 실용적 교훈도 있다. 필자와 댓글에서 공유된 방식처럼, 히트싱크를 분리할 때는 시스템이 따뜻한 상태에서 수직으로 잡아당기지 말고 좌우로 살살 비틀어 서멀 페이스트의 접착을 먼저 끊는 편이 안전하다. 다만 이 사례의 핵심은 조작 실수보다는, 겉으로 멀쩡히 동작하던 부품 안에 이미 치명적인 균열이 잠복해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필자는 뜯겨 나간 조각을 다시 붙여 동작을 시도하지는 않았는데, 소켓 A 장비가 넉넉하지 않은 데다 보드까지 손상시킬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www.os2museum.com/wp/the-end-of-an-ath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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