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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부랩이 AGPL을 우회하는 방식, 바로 그 라이선스가 막으려던 것이었다

밤부랩이 AGPL을 우회하는 방식, 바로 그 라이선스가 막으려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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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는 오랫동안 취미가로 남아 있었다. 완제품이 없던 초창기에는 프린터를 쓰려면 직접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장비를 조립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오늘날 프린터를 판매하는 회사를 세웠다. 리눅스가 그랬듯 3D 프린팅도 벤처 자본이 단번에 집어삼키기 어려울 만큼 오래 취미 문화로 버텼고, 그 덕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이들은 라이선스를 고르기 전에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을 먼저 들여다봤다. FOSSY 2026에서 소프트웨어 자유 컨서번시(SFC)의 브래들리 쿤, 캐런 샌들러, 덴버 깅거리치는 이 문화의 산물인 슬라이서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AGPLv3 위반 사례를 발표했다.

슬라이서는 3D 모델을 얇은 2차원 층으로 나눠 프린터 하드웨어가 이해하는 명령으로 바꿔주는 핵심 도구다. 자유 소프트웨어 애호가 알레산드로 라넬루치가 만든 'Slic3r'가 사실상 이 분야의 뿌리인데, 그는 처음부터 AGPLv3를 택했다. 쿤에게 라넬루치는 영상 통화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슬라이서를 '서비스형'으로 감춰 쓸까 봐 걱정했고, 그런 사태를 미리 내다봤다는 것이다. 현재 활발한 포크만 약 18개이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요제프 프루사가 만든 PrusaSlicer다.

다운로드 버튼 뒤에 숨긴 소스

코로나19를 계기로 3D 프린팅 취미 인구가 늘자 중국 기업 밤부랩(Bambu Lab)이 시장에 진입했다. 밤부랩은 밑바닥부터 프린터를 만들었고, 2025년에는 500~3,000달러대 프린터 시장의 38~48%를 차지했다(분석 보고서에 따라 수치가 다르다). 방 하나를 차지하며 수십만 달러에 이르던 산업용 프린터 수요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소형 프린터 무리로 대체되면서, 밤부랩은 취미 시장과 산업 대체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빠르게 성장했다.

밤부랩 역시 슬라이서가 필요했고, PrusaSlicer를 개조한 Bambu Studio를 배포했다. 문제는 AGPLv3로 받은 코드를 쓰면서도 소스 코드나 그 제공 의사를 함께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3D 프린팅 커뮤니티의 압박이 커지자 밤부랩은 소스를 공개했지만, 첫 공개가 대개 그렇듯 실제로 대응하는 소스 코드는 아니었다. 쿤은 카피레프트 위반자들이 판사가 신경 쓰지 않을 만한 장치에 곧잘 기대는 '창의성'을 언급했다.

AGPL이 정확히 막으려던 우회

구체적 수법은 이렇다. Bambu Studio는 '조금 더 받으라'며 '예/나중에' 선택지를 띄우는데, '예'를 누르지 않으면 일부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다. 이때 내려받는 것은 C++로 빌드된 두 개의 .so 공유 라이브러리로, 공개된 소스의 dlopen() 호출에서 드러나듯 슬라이서에 동적으로 적재된다. 이 부분은 얇은 계층에 불과하며, 실제 연산은 밤부랩 서버에서 돌아가는 방대한 3D 애플리케이션이 담당한다. 클라이언트는 모두 동일한 특정 User-Agent 문자열을 '열쇠'로 서버에 넘겨 추가 기능에 접근한다.

밤부랩은 이 User-Agent가 DMCA 우회 방지 장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쿤은 이것이야말로 AGPLv3가 막으려던 바로 그 행위라고 지적했다. Affero 라이선스가 적용된 애플리케이션의 일부를 웹 서버에 올려 두고 그 부분만 독점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폴란드 사용자 파베우 야르차크가 이 User-Agent와 네트워크 코드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자 밤부랩은 DMCA 삭제 요청을 보냈고, 깅거리치의 표현에 따르면 'GitHub는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라서'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야르차크는 자신의 슬라이서(OrcaSlicer)에서 코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SFC는 밤부랩의 위반을 우회하기 위한 baltobu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를 미러링하고 있다.

깅거리치는 위반이 AGPLv3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부 프린터 모델의 펌웨어에는 Buildroot 기반 리눅스 등 카피레프트 구성 요소가 쓰이는데, 300MB짜리 펌웨어 이미지를 내려받아 살펴봐도 소스나 제공 의사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GPLv2 위반에 해당한다. 그는 밤부랩이 대규모 벤처 투자를 앞세운 '중국판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나왔으며, 경쟁사를 뛰어넘기 위해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를 위반하는 실리콘밸리식 지름길을 그대로 택했다고 봤다.

소송보다 빠른 길, 그리고 실무적 함의

밤부랩은 위반 기업이 흔히 취하는 '그럼 소송하라'는 태도를 사실상 보이고 있다. 다만 쿤의 관찰처럼 그런 기업이 실제로 '소송하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고, 그저 응답을 멈출 뿐이다. 깅거리치는 소송이 하나의 선택지이긴 하지만, 커뮤니티가 참여해 독점 부분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하고 대체하는 편이 훨씬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실무 관점에서 이 사건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네트워크 서비스로 기능을 분리해 소스 공개 의무를 피하려는 시도가 GPL 계열에서는 통해도 AGPL에서는 정면으로 걸린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라이선스 선택 단계에서 라넬루치처럼 '서비스형 우회' 시나리오를 미리 상정하는 것이 실제 방어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샌들러는 이 위반이 흥미로운 이유로, SFC가 다뤄 온 어떤 사안보다 많은 신규 인력을 자유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로 끌어들였다는 점을 꼽았다. 카피레프트를 들어본 적 없던 사람들이 라이선스가 실제로 권리를 부여한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으며, 여러 유튜버가 깊이 있는 해설을 내놓고 레딧 등지에서 '이 라이선스를 더 써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평소 SFC가 방 안의 소수에게만 잠재력을 설명하느라 애먹던 것과 달리, 3D 프린팅 커뮤니티는 그 공을 넘겨받아 스스로 굴리고 있다. 라이선스가 종이 위의 조건이 아니라 사용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사실이,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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