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수상자인 수학자 테런스 타오가 최근 자신의 마스토돈 계정에서 던진 문제 제기가 수학계뿐 아니라 AI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곱씹어볼 만한 화두를 남겼다. 그는 '좋고 결실 있는(good, fruitful) 미해결 문제들의 집합'이 이제 재생 불가능한(non-renewable) 방식으로 채굴되고 있으며, 그 결과 이런 문제들이 희소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물이나 화석연료처럼, 한번 풀려버린 좋은 문제는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는 비유다.
언뜻 이 주장은 직관에 어긋난다. 인간이 던질 수 있는 수학 문제의 집합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새로운 질문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데 어떻게 '고갈'을 걱정한단 말인가. 타오는 여기서 인상적인 비유를 든다. 어떤 나라나 지역은 거대한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마실 물이 심각하게 부족한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양이 무한하다는 사실과, 실제로 쓸모 있는 문제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무한한 문제, 그러나 희소한 '좋은' 문제
타오가 예로 든 것은 '원주율 파이의 10의 10의 10제곱 번째 자릿수를 계산하라' 같은 문제다. 이런 질문은 마음만 먹으면 무한히 찍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문제 대부분은 주목할 가치가 없다. 더 깊은 통찰이나 다른 문제들과의 연결을 드러낼 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혹은 알려진 기법에 비추어 너무 쉽거나, 반대로 너무 불가능해서, 풀어봐야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바닷물처럼 양은 넘치지만 그대로는 마실 수 없는 문제들이다.
좋은 문제란 그 자체의 정답보다도, 푸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법을 낳고 인접 분야와 예상치 못한 다리를 놓아주는 문제를 뜻한다. 이런 문제들은 자연에서 저절로 솟아나지 않으며, 오랜 세월 수많은 수학자들의 시행착오와 안목을 거쳐 서서히 축적되어온 일종의 공동 자산이다. 타오의 우려는 바로 이 축적된 자산이 소비되는 속도가 새로 채워지는 속도를 앞지를 수 있다는 데 있다.
AI 시대에 이 이야기가 갖는 무게
이 문제 제기가 지금 나온 맥락은 AI다. 대규모 언어모델과 자동 증명 시스템이 수학 문제 풀이에 본격 투입되면서, 인간이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난제들이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AI는 명확히 정의된 목표가 주어지면 그것을 빠르게 갈아치우는 데 강하지만, '어떤 문제가 풀 가치가 있는가'라는 안목 자체를 생산하지는 못한다. 채굴 장비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광맥은 더 빨리 바닥난다는 논리다.
이는 AI를 다루는 실무자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벤치마크가 대표적이다. 좋은 평가 문제 역시 재생 불가능한 자원처럼 소모된다. 모델이 특정 벤치마크를 정복하고 나면 그 문제는 더 이상 능력을 변별하지 못하고, 학습 데이터에 흡수되면서 오염되기도 한다. 새롭고 의미 있는 평가 과제를 설계하는 일 자체가 갈수록 값비싼 병목이 되는 것이다. 성능 좋은 풀이 엔진을 갖추는 것과, 그 엔진을 겨눌 가치 있는 목표를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남는 물음과 한계
다만 이 글을 읽을 때 유의할 점도 있다. 이번에 확인된 것은 타오가 네 편으로 이어 쓴 글 가운데 첫 편(1/4)에 해당하는 단상이며, 그가 제시한 해법이나 구체적 근거, 정량적 데이터는 담겨 있지 않다. 문제의 '고갈'을 실제로 측정할 방법이 있는지, 좋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길러낼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이 조각만으로는 알 수 없다. 또한 '좋은 문제'라는 개념 자체가 시대와 기법의 발전에 따라 재정의되어온 역사도 있어, 지금 무가치해 보이는 질문이 훗날 핵심 광맥으로 바뀔 여지도 남는다.
그럼에도 타오의 비유가 던지는 핵심은 분명하다. 문제를 푸는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대일수록, 정작 희소해지는 것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를 판별하는 안목과 그렇게 벼려진 양질의 질문들이라는 점이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좋은 질문을 길러내는 인간의 역할이 오히려 더 귀해진다는, 역설적이지만 새겨둘 만한 통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