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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도 진공관도 없이 만든 1950년대 일본 컴퓨터, 파라메트론

트랜지스터도 진공관도 없이 만든 1950년대 일본 컴퓨터, 파라메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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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도 진공관도 없이 만든 1950년대 일본 컴퓨터, 파라메트론

컴퓨터 역사라고 하면 보통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다시 집적회로로 이어지는 계보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 계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완전히 독자적인 길을 걸었던 컴퓨터가 있었어요. 1954년 일본에서 발명된 '파라메트론(Parametron)'이라는 소자로 만든 컴퓨터들인데요. 진공관도, 트랜지스터도 쓰지 않고 컴퓨터를 만들었다는 얘기예요. 이 발명이 IEEE 마일스톤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오늘은 이 신기한 기술 이야기를 해볼게요.

가난이 만든 발명품

배경부터 볼게요. 1950년대 초 일본은 전후 복구가 한창이라, 미국에서 갓 나온 트랜지스터는 너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어요. 진공관은 있었지만 수명이 짧고 열이 많이 나서, 수천 개를 쓰는 컴퓨터를 만들면 매일 몇 개씩 갈아 끼워야 하는 수준이었죠. 이때 도쿄대학교의 대학원생이던 고토 에이이치(後藤英一)가 '그럼 아예 다른 원리로 논리 소자를 만들면 어떨까' 하고 내놓은 답이 파라메트론이었어요. 재료는 구리선과 페라이트 코어, 커패시터 정도였는데, 당시 일본에서도 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부품들이었거든요.

위상으로 0과 1을 표현한다고요?

동작 원리가 정말 독특한데요, 이게 뭐냐면 '파라메트릭 발진'이라는 물리 현상을 이용한 거예요. 코일과 커패시터로 공진 회로를 만들고, 여기에 공진 주파수의 두 배쯤 되는 신호를 밖에서 계속 공급해주면(이걸 펌핑이라고 해요) 회로가 원래 공진 주파수로 스스로 진동하기 시작해요. 그네를 생각하면 쉬운데요, 그네가 한 번 왕복하는 동안 앉았다 일어서기를 두 번 하면 그네가 점점 높이 올라가잖아요. 그거랑 같은 원리거든요.

핵심은 이렇게 만들어진 진동의 '위상'이 딱 두 가지 상태로만 안정된다는 거예요. 파형이 이 타이밍에 올라가거나, 정확히 반대 타이밍에 올라가거나 둘 중 하나로만 자리를 잡거든요. 이 두 위상을 각각 0과 1로 쓰는 거예요. 전압의 높낮이가 아니라 진동의 타이밍으로 비트를 표현한다는 게 참 기발하죠. 논리 연산은 '다수결'로 해요. 파라메트론 세 개의 출력을 한데 섞으면 다수인 위상이 이기거든요. 이 다수결 회로에 입력 하나를 0이나 1로 고정해두면 AND 게이트나 OR 게이트가 만들어져요. 신호를 앞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달하는 건 클록 세 개를 번갈아 켜는 3상 방식을 썼고요.

실제로 컴퓨터가 만들어졌어요

이론에서 끝난 게 아니에요. 1957년에 일본 전신전화(NTT) 연구소에서 MUSASINO-1이라는 파라메트론 컴퓨터가 완성됐고, 1958년에는 도쿄대에서 PC-1이 돌아갔어요. 이후 일본 회사들이 만든 초기 상용 컴퓨터 상당수가 파라메트론 기반이었고, 전화 교환 시스템에도 쓰였어요. 수동 소자로만 이뤄져 있어서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작동했고, 값도 트랜지스터의 몇 분의 일 수준이었거든요. 다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속도였어요. 클록이 수십 kHz 수준이라 트랜지스터 컴퓨터보다 한참 느렸고 전력도 많이 먹었죠. 1960년대에 트랜지스터 가격이 뚝뚝 떨어지면서 파라메트론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

그런데 이 아이디어, 죽지 않았어요

재미있는 건 '두 가지 위상으로 정보를 표현한다'는 아이디어가 현대에 부활하고 있다는 거예요. 초전도 회로로 만드는 양자 자속 파라메트론(QFP)은 초저전력 컴퓨팅 연구에 쓰이고 있고, 조합 최적화 문제를 푸는 이징 머신 연구에서도 파라메트릭 발진기의 이중 안정성이 핵심 원리로 다시 등장했거든요. 70년 전, 부품을 구하기 어려웠던 나라의 대학원생이 낸 아이디어가 최첨단 연구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셈이에요.

한줄 정리: 파라메트론은 '최고의 기술'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선택해서 성공한 사례이고, 그 아이디어는 지금도 살아 있어요.

최신 기술 스택이 아니라 주어진 제약 조건에 맞는 기술을 선택해서 성과를 낸 경험, 여러분도 있으신가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ethw.org/Milestones:Parametron,_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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