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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지 않게 되었나

할리우드는 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지 않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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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지난 10년은 가혹했다. 2023년 노동계 파업과 2025년 산불이라는 두 충격이 겹치면서, 영화·TV 제작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오래된 불안이 다시 커졌다. 산불 직후 영화감독 세라 스미스와 작가 알렉산드라 페크먼은 쇼러너와 업계 종사자들의 왓츠앱 그룹을 만들고 청원을 조직해 풀뿌리 캠페인 '#StayInLA'를 출범시켰다. 재건을 돕자는 긴급 대응으로 시작한 이 움직임은 2만 명이 넘는 청원 서명과 유명 배우·감독의 지지를 끌어모으며 정치적 운동으로 번졌다. 그런데 이 불안의 실체, 즉 '제작이 정확히 어디로, 얼마나 옮겨갔는가'는 의외로 흐릿하게만 논의돼 왔다.

조립라인에서 인센티브 사냥으로

미국 영화 산업이 1910년대 로스앤젤레스에 모여든 이유는 명료했다. 연중 내내 이어지는 햇빛, 다양한 지형, 저렴한 땅값, 그리고 동부에서 특허권을 앞세워 압박하던 토머스 에디슨과의 물리적 거리였다. 1920년대에 이르러 할리우드는 스튜디오와 숙련 인력, 연관 업체가 한데 뭉친 자기재생형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스튜디오 백로트에는 즉시 쓸 수 있는 세트와 크루가 대기했고, 감독은 한 해에 네다섯 편에서 여섯 편까지 영화를 찍어냈다. 헨리 포드의 모델T 조립라인처럼, 속도와 절약에 집착하는 공장이 곧 할리우드였다.

이 구조를 흔든 것은 두 흐름이다. 하나는 블록버스터의 부상이다. 1970년대 '대부'와 '죠스'가 이벤트 영화의 상업적 잠재력을 입증했고, 1980년대 기업화된 스튜디오들은 점점 큰 예산을 스펙터클에 쏟아부었다. '프레데터', '람보', '레이더스' 같은 작품은 정글과 사막 등 이국적 로케이션에서 촬영해 규모감을 키웠다. 다른 하나는 IP와 세제 혜택의 결합이다. 2000~2010년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대표되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자, 스튜디오는 밴쿠버와 애틀랜타처럼 인센티브가 풍부한 도시로 제작지를 옮겨 비용을 상쇄했다.

이야기의 배경과 촬영지가 갈라지다

결국 영화들은 인프라와 재정 인센티브를 함께 갖춘 소수의 허브로 흘러갔다. 런던에는 파인우드 스튜디오 같은 세계적 시설이 있고, 애틀랜타와 밴쿠버는 현지 지출을 되돌려주는 세액공제와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대형 블록버스터에서 이 혜택은 수천만 달러에 이르며, 그만큼의 돈이 스타 배우와 세트, CGI로 재배치된다. 원문의 관찰에 따르면 제작 예산이 클수록 영화가 미국 밖에서 통째로 촬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결과 이야기의 무대와 실제 촬영지 사이의 간극이 벌어졌다. 토론토의 스카이라인이 뉴욕을 대신하고, 프라하 거리가 유럽 어느 도시로든 분한다. 뉴욕이 배경이라면서 뉴올리언스에서 찍은 넷플릭스 로맨틱코미디는 평론가들의 단골 불만거리다. 다만 저자는 대다수 관객이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개의치 않는다고 인정한다. 스마트폰을 곁눈질하며 보는 시청 방식에서는 로케이션의 진정성이 애초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용병, 그리고 '집세가 너무 비싸다'는 문제

이 글의 핵심 개념은 '비용병(cost disease)'이다. 의료, 교육, 공연, 영화처럼 생산성 향상이 제한된 노동집약 산업은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비싸진다. 브로드웨이가 전형적 사례다. 뉴욕의 생활비가 오르면 임금도 오르지만 공연장 수는 고정돼 있어 매출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인력을 줄이거나 티켓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버틴다. 저자는 콘 오브라이언 쇼 인턴 시절 텅 빈 워너브라더스 백로트를 목격한 경험을 든다. 백지장 같은 스튜디오에서 인턴들이 골프 카트로 레이스를 벌였고, 할리우드는 '소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결정하는 사무실들의 집합'이 됐을 뿐 정작 소시지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신입 조수에게 비용병은 높은 집세와 낮은 임금이고, 촬영·VFX 인력에게는 인센티브를 좇아 애틀랜타·프라하·밴쿠버를 떠도는 유랑이며, 경영진에게는 크루 축소와 해외 아웃소싱, 그리고 결국 AI로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선택으로 나타난다.

한국 IT 실무자에게도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세제 혜택을 좇아 개발·제작 거점을 옮기는 판단, 고정비가 성장을 갉아먹는 노동집약 사업의 딜레마, 원가 압박이 결국 인력 축소와 자동화·AI 도입으로 귀결되는 경로는 콘텐츠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원문이 제시하는 것은 정밀한 정량 분석이라기보다 산업 종사자의 관찰과 경제학적 은유에 가깝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저자 자신이 '순수주의자'로서 영화는 배경이 되는 곳에서 찍혀야 한다고 믿지만 대중은 차이에 무관심하다고 결론짓는 대목은, 진정성에 대한 창작자의 이상과 비용이 지배하는 산업 논리 사이의 간극을 드러낼 뿐 어느 쪽이 옳은지를 데이터로 판정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집세가 너무 비싸다'는 한 문장으로 수렴하는 진단은, 생산이 어디서 이뤄지는가라는 질문이 결국 어떤 산업에서든 비용 구조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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