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모델링 신디사이저는 파형을 미리 녹음하거나 오실레이터를 조합하는 대신, 소리를 내는 물체의 진동 자체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음향을 만든다. 개발자 크리스티안 베이커(Christian Baker)가 1인 프로젝트 '디퍼런트 인스트루먼츠(Different Instruments)' 이름으로 공개한 파셜스트링(PartialString)은 그 계보에 속하는 현악 신스로, macOS·윈도우·리눅스용 AU 및 VST3 플러그인으로 배포된다. 현재 버전은 1.0.3이며, 무료 또는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파동 방정식을 실시간으로 푸는 구조
이 플러그인의 핵심은 유한차분 시간영역(FDTD, finite-difference time-domain) 기법이다. 물리학에서 파동의 전파를 다룰 때 쓰는 방식으로, 파셜스트링은 1차원 파동 방정식을 실시간으로 수치 해석해 뜯긴 현의 진동을 시뮬레이션한다. 내부적으로 현은 메모리 상의 변위(displacement) 값 목록으로 표현된다. 낮은 음일수록 긴 현이 필요하고, 긴 현을 표현하려면 더 많은 계산 지점이 든다는 점이 이 방식의 근본적 특성이다.
연주자는 현의 임의 지점을 '가진(excite)'해 진동을 일으키고, FDTD 스킴이 그 변위 변화가 현을 따라 어떻게 퍼지는지를 계산한다. 특정 위치에 놓인 픽업이 그 지점의 변위를 측정해 오디오 출력으로 변환한다. 실제 현악기에서 뜯는 위치와 픽업 위치가 음색을 좌우하듯, 이 신스도 물리적 배치를 그대로 파라미터로 삼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표현력을 좌우하는 파라미터들
가진의 위치와 모양은 모두 설정 가능하며 벨로시티에 반응한다. LFO는 픽업 위치를 훑을 수 있는데, 오디오 레이트까지 올리면 진폭 변조(AM)와 유사한 측대역(sideband)을 만들어낸다. 현의 감쇠 시간도 조절되며, 댐퍼를 적용하거나 뺄 수 있다. 이 댐퍼는 피아노처럼 음이 끝날 때 닫히도록 동작할 수 있어, 감쇠가 긴 무댐퍼 설정과 결합하면 패드에 가까운 지속음을 얻는다. 반대로 시뮬레이션 정확도를 낮추면 비현실적이고 부드러우며 배음이 어긋난(inharmonic) 소리가 나온다. 즉 '정확도'가 단순한 품질 스위치가 아니라 음색을 빚는 도구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 이 신스의 개성이다.
성능이라는 현실적 제약
물리 시뮬레이션 신스가 늘 부딪히는 벽은 연산 부하다. 여러 개의 낮은 음, 즉 긴 현을 동시에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상당히 무겁다. 파셜스트링은 최대 10개 현을 동시에 울리는 10보이스 폴리포니를 지원하지만, 컴퓨터 성능과 현의 길이에 따라 실제 보이스 수를 동적으로 조정한다. 사양이 낮은 기기에서는 CPU 과부하를 막기 위해 자동으로 발음 보이스를 제한하며, 이 상태는 UI에 표시된다. 그 결과 저음역에서는 신스가 사실상 모노포닉처럼 동작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대응책도 마련돼 있다. 정확도를 모든 음에 일정하게 두거나 현 길이에 비례시키는 옵션이 있어, 후자는 저사양 머신의 과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단음으로 연주해도 과부하가 예상되는 지나치게 낮은 음은 아예 소리 내지 않거나, 한두 옥타브 자동으로 올려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이 옵션은 실시간 연주에서만 작동하며, DAW가 트랙을 바운스하거나 프리즈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실무자는 기억해야 한다. 애플 실리콘(M 시리즈) 맥에서 인텔 기반 DAW를 쓰면 로제타 2 변환 계층을 거치며 CPU 성능이 크게 떨어지므로, 애플 실리콘 네이티브 또는 유니버설 버전 DAW를 쓰는 편이 낫다.
학술 연구가 도구가 되기까지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오래된 학술적 뿌리가 있다. 베이커는 2009년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스테판 빌바오(Stefan Bilbao)의 지도 아래 석사 과정을 마치며 음악 응용을 위한 유한차분 모델을 연구했다. 파셜스트링은 개인용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그 방법론을 실시간으로 감당할 수 있게 된 지금, 당시 연구를 되살리려는 시도다. 디퍼런트 인스트루먼츠는 2022년 gostringsynth 공개 이후 그가 틈틈이 이어온 1인 부업 프로젝트이며, 본업으로는 초음파·광학·광음향 기술을 다루는 생의학 엔지니어로 일한다.
정리하면 파셜스트링은 화려한 프리셋 라이브러리보다 '왜 그런 소리가 나는가'를 물리적으로 노출하는 도구에 가깝다. 정확도, 가진 위치, 픽업, 댐퍼 같은 파라미터가 곧 시뮬레이션의 물리량이기 때문에, 사운드 디자인 관점에서는 실험 여지가 넓은 대신 성능 관리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무료로 배포되는 만큼, 물리 모델링 합성에 관심 있는 실무자라면 학술적 아이디어가 실제 플러그인으로 구현된 사례를 직접 만져볼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