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눕거나 햇볕 아래 의자에 기대어 개인 블로그를 읽는 습관은 많은 개발자에게 익숙하다. 문제는 그 자세에서 손에 잡히는 기기가 결국 스마트폰이라는 점이다. 이 글의 필자 역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트렌드를 따라가고 지식을 얻기 위해 개인 블로그를 즐겨 읽지만, 늘 폰으로 읽다 보니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다만 그 불편은 무언가를 바꿀 만큼 심각하지는 않아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이 기사가 다루는 것은 그 사소한 불편을 개인 프로젝트로 해소한 한 개발자의 작업 기록이며, 특정 하드웨어와 자작 도구를 어떻게 엮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계기는 Xteink의 X4라는 손바닥만 한 전자책 단말기였다. 4.3인치 크기에 터치스크린도, 백라이트도 없고, 기본 탑재된 전자책 서점도 없다. 대부분은 이를 불편하거나 구식이라 여기겠지만, 오히려 이런 미니멀함에 끌린 소규모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이들은 Crosspoint라는 오픈소스 펌웨어까지 직접 만들어냈다. 필자는 이 발상 자체에 매료돼 곧바로 기기를 주문했다. 중국에서 독일까지 배송되는 데 시간이 걸렸고 통관에서 막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고 한다.
재미없던 기본 펌웨어, 세 번의 클릭
기기를 받은 뒤 필자는 우선 순정 펌웨어를 써봤지만 인상이 워낙 옅어 몇 초 만에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곧바로 Crosspoint 설치에 나섰는데, 예상과 달리 클릭 세 번만에 설치가 끝났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 이어 DRM이 없는 전자책을 구입해 X4에 복사하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훨씬 더 많은 삽질을 각오했지만 그냥 동작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오픈소스 펌웨어의 설치 경험이 상용 제품 못지않게 매끄러웠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Crosspoint는 X4뿐 아니라 다른 ESP32C3 기반 기기에서도 돌아간다.
하지만 필자가 X4를 산 진짜 목적은 전자책이 아니라 블로그 글을 폰 대신 이 기기에서 읽는 것이었다. 방법은 단순하다. 읽고 싶은 글들을 e-pub 파일로 묶어 X4에 넣으면, 그것이 곧 자신만의 작은 신문이 된다. 필자는 이 과정을 AI의 도움을 받아 몇 분 만에 구현했다고 밝혔다.
feedpaper라는 작은 파이프라인
구현의 핵심은 RSS 리더인 Feedbin이 제공하는 API였다. 읽지 않은 글을 모두 가져오고, 그것들을 읽음 처리한 뒤, 하나의 e-pub으로 만드는 흐름이다. 다만 모든 구독을 그대로 넣을 수는 없었다. 유튜브 채널, 자바스크립트가 많이 쓰인 블로그, 링크만 나열하는 뉴스레터처럼 전자잉크 화면에서 읽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피드는 걸러내야 했다. 필자는 이 도구를 feedpaper라 이름 붙였고 Homebrew로 설치할 수 있게 공개했다. 다만 지원 대상은 macOS뿐인데, 필자 스스로 다른 OS를 지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 프로젝트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RSS API, 파일 포맷 변환, 취향에 맞춘 필터링이라는 흔한 조각들을 조합해 '읽는 매체를 바꾸는' 개인 워크플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어떤 콘텐츠가 전자잉크에 어울리고 어떤 것이 어울리지 않는지를 미리 걸러내는 판단이 도구의 실질적 가치를 좌우한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보다, 자신의 읽기 습관을 정확히 관찰하고 그에 맞춰 파이프라인을 설계한 접근이 이 작업의 본질에 가깝다.
동시에 한계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feedpaper는 macOS만 지원하고, 개인의 필요에 맞춰 만든 도구라 범용성이나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Feedbin이라는 특정 서비스에 의존하며, DRM이 없는 콘텐츠라는 전제도 깔려 있다. X4와 Crosspoint 역시 소규모 커뮤니티가 지탱하는 생태계인 만큼, 대중적인 전자책 단말기와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실험이 흥미로운 이유는, 거창한 제품 대신 자신에게 딱 맞는 작은 도구를 손수 만들어 일상의 습관 하나를 바꿨다는 데 있다. 완성된 feedpaper를 X4에 담고 폰은 집에 둔 채 야외 카페에서 라테와 함께 글을 읽었다는 마지막 장면은, 기술이 반드시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만 쓰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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