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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7.31 27

유리가 모자라다 — 광섬유부터 반도체 기판까지, 첨단 산업의 숨은 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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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모자라다 — 광섬유부터 반도체 기판까지, 첨단 산업의 숨은 병목

'유리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창문 유리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물질의 세계』라는 책으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에드 콘웨이가 '유리 기근(The Glass Famine)'이라는 글에서 짚은 건 훨씬 심각한 얘기예요. 광섬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까지 첨단 산업 전체가 유리 위에 서 있는데, 정작 그 유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점점 소수의 손에 몰리고 있고 공급은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거거든요. 소프트웨어 만드는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유리라고 다 같은 유리가 아니거든요

유리는 그냥 모래 녹여 만드는 거 아니냐 싶지만,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요. 맨 아래에 창문용 판유리가 있다면, 그 위로 스마트폰 화면을 덮는 강화유리, 주사약 병에 쓰이는 붕규산 유리(약품과 반응하지 않도록 만든 특수 유리예요), 그리고 꼭대기에는 광섬유용 초고순도 유리가 있어요. 광섬유가 뭐냐면, 우리가 쓰는 인터넷 데이터가 빛의 형태로 달리는 머리카락 굵기의 유리 가닥인데요. 빛이 수십 킬로미터를 지나도 살아남으려면 유리 속 불순물이 십억 분의 일 수준으로 적어야 해요. 반도체 노광 장비에 들어가는 광학 유리는 온도가 변해도 거의 팽창하지 않는 특수 소재고요. 위로 올라갈수록 만들 수 있는 회사가 급격히 줄어서, 최상위 유리는 미국의 코닝, 독일의 쇼트, 일본의 AGC 같은 몇 개 회사가 사실상 전부예요.

왜 '기근'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공급 쪽부터 보면, 유리 산업은 구조적으로 취약해요. 유리 용해로는 한 번 불을 붙이면 십수 년을 24시간 내내 돌려야 하고, 식히면 내부가 굳어서 못 쓰게 되거든요. 막대한 에너지를 계속 먹는 장치 산업이라 에너지 가격이 뛰면 직격탄을 맞아요. 실제로 에너지 위기 때 유럽 유리 업계가 크게 흔들렸죠. 반면 수요는 폭발하고 있어요. AI 데이터센터가 세계 곳곳에 지어지면서 서버들을 잇는 광섬유 수요가 급증했고, 태양광 패널마다 커버 유리가 필요하고, 디스플레이는 계속 커지고 있으니까요. 코로나 때 전 세계가 백신 병에 쓸 붕규산 유리가 모자라 발을 굴렀던 일은 이 구조가 보내온 예고편이었던 셈이에요. 여기에 과학용 유리를 다루는 숙련 장인들이 은퇴하면서 기술 전수가 끊기고 있다는 문제까지 겹쳐요.

반도체 판까지 들어온 유리, 유리기판

한국 개발자에게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반도체 쪽이에요. 요즘 칩 패키징 업계의 뜨거운 주제 중 하나가 '유리기판'이거든요. 칩을 메인보드에 연결해주는 기판을 기존 플라스틱 계열 소재에서 유리로 바꾸려는 건데, 유리는 표면이 훨씬 평평하고 열에 안정적이라 배선을 더 미세하게 그릴 수 있어요. AI 칩처럼 여러 칩을 한 패키지에 밀집시키는 시대에 꼭 맞는 소재라서 인텔이 개발을 이끌고, 한국에서는 SKC의 앱솔릭스와 삼성전기가 뛰어들었어요.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극을 통과시키는 TGV 같은 기술이 관건인데, 잘 풀리면 한국 소재 산업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분야예요.

소재가 병목이 되는 시대

큰 그림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유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반도체 노광에 쓰는 네온 가스 공급이 흔들렸고, 희토류는 늘 지정학 카드로 쓰이죠.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킨다'고 하지만, 그 소프트웨어는 유리 가닥 위를 달리고 유리 기판 위에서 연산돼요. 클라우드라는 말이 주는 붕 뜬 이미지와 달리, 우리의 코드는 지독하게 물질적인 기반 위에 서 있는 거예요. 공급망의 병목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은 이제 하드웨어 엔지니어만의 교양이 아니라, 서비스의 비용 구조와 리스크를 읽어야 하는 모든 개발자의 교양이 되어가고 있어요.

정리하면, 유리는 흔한 소재가 아니라 첨단 산업의 숨은 병목이고, 그 공급 능력이 소수 기업과 국가에 집중되면서 '기근'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에요. 여러분은 일하면서 뜻밖의 '물리적 병목'을 겪어본 적 있나요? GPU 품귀 말고, 우리 업계가 다음에 부족해질 물건은 뭘까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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