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공개된 한 세션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인디 액션 게임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Hyper Light Drifter)'의 작곡가 리치 브릴랜드(Rich Vreeland, 예명 Disasterpeace)와 사운드 디자이너 아카시 타카르(Akash Thakkar)가 이 게임의 음악과 사운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무대 뒤 관점에서 풀어낸 강연이다. 세션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 게임 특유의 네온빛이면서 악몽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는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약 3년에 걸쳐 수없는 수정과 재작업, 재시도를 거치며 서서히 벼려졌다는 것이다.
게임의 오디오가 왜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되는지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하이퍼 라이트 드리프터는 대사가 거의 없는 게임이다. 서사와 분위기의 상당 부분을 화면의 픽셀아트와 함께 소리가 짊어진다. 이런 구조에서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세계관을 전달하는 1차 언어가 된다. 강연 제목이 사운드를 '게임의 오디오 언어(audio language)'라고 표현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소리가 곧 문법이자 어휘였고, 그 언어가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행착오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완성이 아니라 반복이 만든 결과물
실무자 입장에서 가장 곱씹을 대목은 '3년'과 '수없는 수정'이라는 표현이다. 인디 개발에서 흔히 오디오는 프로젝트 후반에 급하게 붙이는 요소로 취급되지만, 이 사례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여준다. 사운드와 음악이 개발 기간 전반에 걸쳐 천천히 형성됐다는 것은, 오디오가 완성된 게임에 얹히는 마감 작업이 아니라 게임의 정체성을 함께 빚어가는 설계 대상이었음을 시사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비유하자면, 오디오를 릴리스 직전에 처리하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다듬는 핵심 컴포넌트로 다뤘다는 의미다.
이 지점은 오디오에 국한된 교훈이 아니다. 어떤 결과물이 '독창적'이라고 평가받을 때, 그 독창성은 대개 첫 시도의 영감이 아니라 수많은 폐기와 재작업이 누적된 산물이다. 강연은 바로 그 누적의 과정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여러 번 갈아엎으며 방향을 찾았는가를 보여주는 셈인데, 이는 제품을 만드는 모든 직군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초기 프로토타입이 최종 산출물과 얼마나 다른지,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결국 반복임을 이 사례가 다시 확인해 준다.
작곡가와 사운드 디자이너의 분업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을 서로 다른 전문가가 맡았다는 사실이다. 작곡가 브릴랜드와 사운드 디자이너 타카르는 각각 음악과 효과음이라는 다른 영역을 담당하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청각 경험을 만들어야 했다. 역할이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결과물은 이질감 없이 맞물려야 한다는 것은, 여러 담당자가 하나의 사용자 경험을 함께 책임지는 협업 구조의 전형적 과제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적을 추구하면서도 전체의 일관성을 잃지 않는 조율, 그것이 오랜 반복이 필요했던 또 다른 이유였을 것으로 읽힌다.
다만 이 자료의 한계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공개된 것은 강연의 개요 수준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도구를 썼고 어떤 결정이 왜 폐기됐는지 같은 세부 기법은 실제 영상 안에 담겨 있다. 따라서 오디오 실무자나 인디 개발자라면 요약이 아니라 강연 원본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 여기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구체적 노하우라기보다 태도에 관한 시사점이다. 소리를 나중에 붙이는 대상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언어로 볼 때, 그리고 그 언어가 반복을 통해서만 완성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기억에 남는 감정적 경험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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