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난이도 곡선(difficulty curve)'을 두고 고민한다. 여기서 난이도 곡선이란 각 레벨이나 퍼즐마다 게임이 어려움을 어떻게 조절해 나가는지를 뜻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시스템을 쏟아내면 플레이어가 질려버리고, 반대로 이미 5분 전에 이해한 것을 다시 10분에 걸쳐 천천히 가르치면 지루해진다. 이 균형을 잡는 일이 개발자에게 유독 어려운 이유는, 정작 개발자 본인이 자기 게임을 수없이 반복해서 플레이하며 자기도 모르게 '고인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되돌아가, 이 점프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혹은 각 버튼이 무엇을 하는지를 다시 느끼기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원문 저자는 이 주제를 레밍즈(Lemmings) 개발자의 트윗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난이도 곡선을 다듬는 데 오랜 시간을 들였고, 급격한 단계 변화를 '난이도 설정'이 아니라 '챕터'처럼 여러 구간으로 쪼갰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하고 기대치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이 접근의 핵심 통찰은 다음과 같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조건 더 어려워져야 한다는 인식은 사실 틀렸다는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플레이어에게 '내가 점점 잘하게 되고 있다'는 감각과, 그것을 해냈을 때의 디지털 등 두드림(digital pat on the back)을 주는 일이다.
하나의 곡선이 아니라 메커닉별 곡선
그래서 저자는 게임 전체를 하나의 상승 곡선으로 보지 말고, 메커닉들을 묶어서 각각에 고유한 난이도 곡선을 부여하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새로운 메커닉'이란 반드시 매 레벨마다 도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레벨 하나에 새 메커닉이 딱 하나여야 하는 것도 아니며, 항상 레벨 시작 지점에서만 등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곡선을 '매끄럽게 만든다'는 말도 전체를 완만하게 낮춘다는 뜻이 아니라, 지나치게 어렵거나 지나치게 쉬운 이상치(outlier)를 걷어내고 각 메커닉이 제 페이스로 학습되게 만든다는 의미다. 그래프가 어느 지점에서든 너무 가파르면 사람들은 좌절하고, 너무 완만하면 지루해한다.
다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곡선의 기울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퍼즐이라도 각자에게 학습 곡선이 다르게 그려진다. 그래서 저자는 '모두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캐주얼 모바일 게임은 길고 완만한 곡선을, 극악의 난이도를 표방하는 게임은 한 구간을 넘기 위해 목숨 100개를 소진하는 가파른 곡선을 의도적으로 택한다. 따라서 친구에게서 '너무 쉽다/어렵다'는 피드백을 받더라도, 그 친구가 애초에 타깃 사용자가 아니라면 그 피드백은 방향을 흐릴 수 있다. 결국 목표 시장을 먼저 정하고,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실무적 결론이다.
지식을 열쇠로 삼는 설계
이 글에서 특히 실무자에게 흥미로운 대목은 '숨겨진 지름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순수하게 지식만으로 열리는 지름길을 언급하며 포탈2(Portal 2)의 사례를 든다. 어떤 레벨은 시작과 끝이 서로 가까이 배치되어 있어, 포탈을 영리하게 놓으면 레벨 전체를 건너뛸 수 있다. 다만 그 기술은 게임 후반에야 배우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이 지름길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었는데, '누군가 편법으로 곧장 끝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 레벨은 그에게 더 가르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에 배운 것을 뒤틀어 다시 등장시키거나, 첫 레벨에 '평범해 보이는 곳에 숨겨둔 어려운 퍼즐'을 배치해 두고 후반에 가서야 그 풀이법을 이해하게 만드는 기법과 같은 맥락이다. 지식이라는 열쇠로 열리는 잠긴 문인 셈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원리는 영화가 오래전부터 다듬어 온 '긴장과 이완의 교차'다. 인간은 비슷한 자극이 계속되면 포화되어 이를 걸러내기 시작하므로, 고조된 액션과 잔잔한 순간을 언제 전환할지가 하나의 기술이 된다. 두 상태의 대비가 클수록 그 감각은 더 증폭된다. 저자는 이 원리를 감정뿐 아니라 난이도, 재미, 기술 학습에도 똑같이 적용하자고 말한다. 실무적으로 보면, 난이도를 단조롭게 우상향시키기보다 도전과 휴식, 새 학습과 숙련의 리듬을 의도적으로 오가게 설계하라는 조언이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논의가 사실 '레벨 난이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저자 본인의 고백이다. 그의 원래 고민은 자신의 게임 '언더크루드(Undercrewed)'에서 플레이어가 우주선에 추가할 새 방을 얼마나 빠르게 해금하도록 할 것인가였다. 결국 난이도, 새 메커닉, 새 스킬과 능력, 새 적, 새 플레이 모드를 도입하는 속도는 모두 같은 문제의 다른 얼굴이다. 한국의 게임 기획자와 개발자에게 이 글이 주는 시사점도 여기에 있다. 콘텐츠 해금 속도, 온보딩 튜토리얼의 밀도, 신규 시스템 소개 타이밍을 별개로 다루기보다, '학습과 성취의 리듬'이라는 하나의 곡선 문제로 통합해 바라보는 관점이다. 다만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 이 글은 상당한 단순화를 담고 있으며, 실제 조정과 측정을 위해서는 지인의 스크린샷 피드백을 넘어 좀 더 경험적인 데이터 수집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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